8Fly High

#1 값싼 명품의 역습_ 와이즐리

 

깜짝 놀랐어요. 그 작은 면도날 1팩이 4만원이 넘더라고요. 심지어 할인가더군요. 자취하는 대학생으로선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었죠

왜 이렇게 비싸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김동(28) 와이즐리(Wisely) 대표의 회상. 창업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그날 김 대표는 비싼 브랜드 면도날 대신 

일회용 면도기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피부 자극이 너무 심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쓸만한 건 너무 비싸고, 저렴한 건 쓸 수가 없고개인적이며 일상적인 고민은 이내 원대한 포부가 되었다.

 

이후의 행적은 모두 그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다국적 소비재기업, 특히 면도기 분야를 선도하는 질레트의 모회사 

한국 P&G’에서 마케팅 업무(1)를 배웠고, 글로벌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선 소비재 유통의 전략(3)을 세우기도 했다

실무경험은 그의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시장이 너무 독과점이었어요. 외국 업체 두 곳이 80%의 시장을 점유했죠. 자연히 해당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나치게 높고

그 여파가 소비자에게 미치죠. 그런데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어요. 대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니, 후발주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거든요.”

 

고객들의 현명한 소비를 돕겠다는 취지로 와이즐리(Wisely현명하게)’라 이름 붙여진 스타트업이 탄생한 배경이다

 

와이즐리 개국공신들. 왼쪽부터 김윤호 이사, 김동욱 대표, 전영표 이사(사진: 와이즐리)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해리스(Harry’s)‘가 롤 모델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선 최초의 시도인 것인가?

그렇다고 알고 있다. 이전에 면도기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 업체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 정기배송에 대한 

니즈는 그다지 크지 않다. 우리가 풀려고 하는 문제는 면도날이 너무 불합리하게 비싸다는 것, 그런 불합리한 시장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선 우리가 최초의 시도라고 보고 있다.”

 

-최초의 시도라는 건 그만큼의 장벽이 있다는 얘기다. 시장 진입에 어려움은 없었나?

일단 관련 업계에서 경험했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에 힘썼다. 이를테면 높은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은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결정이 난다. 대형마트 판매대를 보면, 질레트가 60% 정도 되는데, 후발주자들은 거길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우린 그런 유통채널을 과감히 버렸다. 스스로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또 하나, 시장 진입을 위해 중요한 점은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로 뛴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사실 제조란 게 참 어렵다. 관련 업계 경험이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 많이 뛰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구해야 했다. 특히 면도기는 독과점이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국내에선 만들어 본 업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금형업체를 찾기 위해 6개월간 100군데 넘게 찾아다녔다. 100군데라는 게 말이 쉽지, 정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20~30곳은 문전박대당하고 쫓겨나기 일쑤다. 문전박대를 피했다 해도 모멸과 괄시를 당하는 상황들은 빈번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원하는 만큼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현했다고 보나?

당연하다. 그게 우리의 미션이었으니까.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면도날은 질레트 가격의 삼분의 일 수준이지만, 품질은 비등하다는 평가다

홈페이지, 블로그, SNS, 고객센터 등의 채널로 받는 피드백을 종합한 결과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할 것이다

일단 준비를 오래, 철저히 했다. 면도날은 칼의 도시독일 졸링겐(Solingen)에서 생산되고, 면도날만 생산하는 독일의 전문 공장에서 

전량 제작한다. 이 파트너를 찾는 데만 1, 업체를 설득해 와이즐리 제품을 공급받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대학생 때부터 이메일 주고받으며 쌓은 인연의 결과다. 앞서 언급했듯 금형사출업체는 100개 넘게 만났고

관련 전문가들과도 많은 논의를 거쳤다. 자동차 벤츠나 테슬라 부품 만드는 분들과 협업해 몇 달 동안 기술적인 문제들을 협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은 고스란히 우리의 기술력이 됐다. 디자인 역시 심미성과 실용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 디자이너들이 완성했다. 무엇보다 좋은 동지들의 의기투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모두 글로벌 기업에서 억대연봉을 포기하고, ‘시장을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다.”

  

와이즐리의 제품. 공식홈페이지(wiselyshave.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16년에 와이즐리의 테스트 모델인 스퀘어 쉐이브 컴퍼니를 오픈했지만, 정식오픈은 올해 1월이었다. 현재 시장에서의 위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시장에 업체가 3개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4위인 건 확실하다.(웃음) 하지만 판매량이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재구매율도 높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정량적인 지표들도 굉장히 좋다. 요즘엔 인스타나 블로그 등에서 유료 마케팅을 하는 곳들이 

많은데, 우린 자발적인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포털 검색량도 출시 한 달 시점부터 지금까진 질레트 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도 바쁘게 달려왔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조금 더 공격적인 확장을 준비 중이다. 많은 고객들이 쉐이빙 폼/젤의 출시를 요청하셔서,

올해 하반기 쯤 해당제품들을 발매할 예정이다. 최근엔 좋은 기회들도 많이 얻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인큐베이션 센터에 입주하게 된 것도 그 중 하나다지난 3월에 들어왔는데, 사무실 비용을 절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센터를 통한 각종 네트워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린 누구나 쓰는 생필품은 정직한 가격에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금은 면도기만 하고 있지만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20만원짜리 화장품 같은 것들이 원가가 1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분야를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사실 우리도 단일제품 하나밖에 만들어 보지 않은 풋내기다.(웃음)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말한다면, 초기에 힘들고, 넘어지고

깨지는 과정에서 분명 배울 게 있다는 점이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이 공장 저 공장 돌아다닌 시간들

무턱대고 제조업자 분들 붙잡고 도와달라떼썼던 경험들바닥부터 구르는 접근법 밖에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을 통해 많이 배웠고, 결국 만들어 보는 것까지 성공했다. 사실 제조하다가 엎어지는 분들도 많지 않나

이런 사례를 통해 많은 예비 창업자분들도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