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섭이면 감천이란 각오로 다시 뛰렵니다

 

최근 한 지자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예비후보에게 편지 한통을 받았어요. 글 잘 봤다고. 작가님의 진정성에 감탄했다고요

작가란 호칭이 부끄러우면서도 나쁘지 않더라고요.(웃음)”

 

이지섭(24경기대 경제학과 2)씨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2기에서 수학했으며

불과 반 년 전까지 모 스타트업의 창업멤버이기도 했던 그가 작가 소리를 들은 사연은 뭘까?

 

창업하고 일하는 동안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공부가 아주 많이 필요했죠. 그래서 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역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공인 재무회계 외에 HTMLCSS, 워드프레스 등 

홈페이지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언어들도 공부하고 있고요.”

 

역량 강화의 기간. 글쓰기 활동도 그 중 하나다. 평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그가 꽤 공을 들이는 분야

평소 즐기던 맥주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SNS에 꾸준히 게시하고 있고

온라인 공익저널 더퍼스트미디어에선 <지솝우화>라는 타이틀의 공익콘텐츠를 연재 중이다.

(앞서 팬레터를 받은 건 2_ 나체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을 때 편이란다.) 

여기에 얼마 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지원한 데 이어,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중국심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신청한 상태다.

 

어렵사리 이뤄낸 창업을 뒤로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며, 도를 넘는 오지랖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연유는 뭘까

지난 주말 이지섭씨를 직접 만나봤다.

 

이 선수 퇴장했답니다. 글 내려주세요.(사진: 이지섭)

 

-창업팀에서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어떻게 지냈나.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1년 정도 창업 생활을 한 셈이다. 이 시간들을 정리하고 학교에 복학한 후 연일 방황하고 있다.(웃음

최근 방황에 포인트는 딱 한가지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진짜 내가 원하는 목소리가 뭔지 찾아야 하고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목적은 모두 여기로 귀결된다.”

 

-캠퍼스에 처음 입성한 게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어떤 각오였는지 기억나나.

물론이다. 군대를 전역한 이후에 아무 생각 없이 복학해서 한 학기를 다녔다. 그런데 이내 갈증이 생기더라

정해진 학교 수업을 듣는 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 싶었다. ‘나의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스타트업캠퍼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줬고 바로 지원했다. 사실 당장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내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것과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 두 가지를 기대하고 스타트업캠퍼스에 왔다.”

 

-들어와보니 어떻든가. 기대가 충족되던가?

사실 면접날 와보고 절대 오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했다. 집이 일산인데 너무너무 먼 거다. 왔다갔다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졌다

그러다가 ‘OT까지만 가보자는 생각으로 조금 연장됐고, ‘하루만 더’ ‘하루만 더하다가 수료까지 했다

스타트업캠퍼스 멘토들이나 퍼실리테이터, 그리고 교육생들이 갖고 있는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된 게 가장 컸다

나도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열정을 키워보고 싶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스타트업캠퍼스의 철학은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배울 수 있었다

정해진 답을 놓고 그 과정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떠한 문제를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해답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수업의 분위기도 참 좋았다모든 수업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통역량 과정 중 Justin코치의 ‘Market Analysis’TJ코치의 ‘Journalism Tour’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Market Analysis는 내가 진행하려는 프로젝트가 속해있는 분야의 시장과 산업분야를 빠르게 분석해보는 과정이었다.

시장을 분석할 때 유용한 방법론과 더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이트 등을 학습할 수 있었다. 실제로 창업을 한 뒤에도 큰 도움이 됐다

Journalism Tour는 팀원들과 함께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취재를 통해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는 수업이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경험을 통해 얕은 정도 수준에 머물던 관심사에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창업을 하게 될 경우 필요한 보도자료 작성능력이나, 다양한 마케팅 방법론의 토대가 되는 글쓰기 능력도 기를 수 있었다

수업 자체도 좋지만, 다양한 field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자주 찾아가서 부담 없이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값진 기회였다.”

  

교육생 시절의 이지섭씨. 나름 존재감을 자랑했다.(사진: 이지섭)

 

 

-그런데도 결국 다시 학생이 됐다. 신분상으론 변한 게 없는 셈인데, 수료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를 평가한다면?

글쎄구글링 하면서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알게 됐고, PPT도 깔끔하게 만들 줄 알게 됐다

남들 앞에서 명확하게 발표도 할 줄 알게 됐고, 글도 쓸 줄 알게 됐다

열정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생겼다. 이 밖에도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가장 크게 변한 건 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이전까지는 일이라는 게 단순히 시간을 투자해서 노동의 대가를 받는 피로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느껴진다

실제 창업 과정을 겪다보니, 일이라는 게 그 자체로 힘든 게 아니라 

어떤 형태의 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진정한 노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현재는 점프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시기인 듯 보인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

창업을 하긴 할 것이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는 거고. 이왕이면 돈을 많이 버는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서 좋은의 기준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내 맘에 끌리는 스타트업에게 마중물을 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