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교 촌놈, 두바이 입성하다 

 

현재 시간 새벽 430. 막상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니 설렘과 기대가 피곤함을 압살해버리네요. 나름 해외여행 꽤나 다녔다고 

생각했는데두바이에선 전혀 새로운 공기를 느껴요. 이제 저흰 바이어와의 미팅, 기업 탐방 등의 일정을 소화합니다

맘속으론 경험한다 생각하자라고 해도, 사실 긴장되죠. 정말 좋은 기회니까요.”

 

심영대(29)씨와의 통화는 해외로밍 특유의 버퍼링이 걸렸다. 잠시 후면 두바이 Buyer들과의 미팅이 이어진다던 그는 예상 질문지는 이미 

꾸깃꾸깃해져 있다고 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기 수료생인 신건(39Digital Lab)과 심영대(Digital Lab)씨가 테크트리스페이스란 

코딩·메이커 교육전문 스타트업을 창업한 건 지난해 2. 두바이 해외로드쇼는 1년 만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심영대 테크트리스페이스 CMO()와 신건 테크트리스페이스CEO(사진: 심영대)

 

“3주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공문이 왔어요. 두바이 왕자가 2020년까지 백만 Coder를 양성한다며 각국의 플랫폼이나 교육과정을 들여온다는 내용이었죠. 이번 출장은 그를 위한 사전미팅의 자리입니다.”(신건 대표)

 

이번 여정에 선택된 국내의 전문 업체는 15곳 뿐. 소위 꾸역꾸역버텨온 지난날의 상처가 씻길 정도의 쾌거다

큰 욕심은 안 부려요.” 욕심 가득한 얼굴의 심영대 CMO가 말을 이었다.

 

바로 계약을 따면 좋겠지만, 처음인데 쉽지 않겠죠. 이런 해외로드쇼가 많이 있다니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싶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회사 입장에선 굉장한 투자다. 소수정예 스타트업에서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날아왔다는 점

주최 측의 지원이 1인 왕복항공료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로드쇼 현장, 그들에겐 일종의 전장’(사진: 심영대)

 

다음은 심영대 CMO와의 11.

 

-스캠 수료 후 어떻게 지냈어요?

전 스캠 프로젝트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창업까지 한 케이스에요. 지금 대표님도 그때 만난 동료죠. 처음엔 코딩교육으로만 출발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사업 확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메이커 교육을 결합시켰죠.”

 

-메이커 교육? 전문성이 있었던 건가요?

원래 제가 전자전기 전공이어서 아주 문외한은 아니었지만, 사업할 정도는 안됐죠. 다 배웠어요

먼저 배우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가르쳐주는 셈이죠. 배우면서 가르치는 게 장점도 많아요. 어려운 점들을 쉽게 공감할 수 있거든요.”

 

 

 

테크트리스페이스의 두 기둥(이자 모든 기둥) (사진:심영대)

 

-사업은 잘돼요?

한 마디로 멘땅에 헤딩이죠. 지난해 2월 세 명이서 법인등록을 했는데, 사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어요

그 와중에 한 분은 학업 때문에 나갔고요. 일주일 내내 자정까지 일했죠.(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그렇게 버텨내니까 조금씩 

희망이 보이더라고요여전히 고정적인 매출은 없지만, 확정 대기 중인 사업은 꽤 있는 상태입니다.”

 

-고정 수익이 없었다?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해요?

잘 아시면서빚이죠 뭐. 대표님이 신용보증기금에서 1억 정도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올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일단 창업 꿈은 이룬 셈인데, 스캠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많죠.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눈을 트이게, 시야가 넓어지게 해줬고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기업가정신같은 것도 배웠죠

무엇보다 가장 고마운 건 평생 함께 할 동지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거예요.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미래잖아요.(웃음)”

 

-캠퍼스 4기가 시작됐어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저도 이제 시작이라 조언은 무색할 것 같고, 제 경험을 살려 좋은 동지 고르는 법,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쁜 동지 거르는 법을 말해주고 싶어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유난히 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 말은 앞서는 데 행동은 못 따라가는 사람 

거르시면 되고요. 주장만 강하고 남의 말 안 듣는, 사람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회의시간이 지옥이 됩니다. 무조건 거르세요.”

 

 

이들의 사명(社名) ‘테크트리(TechTree)’는 게임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느 게임이나 단계별로 쓸 수 있는 유닛이나 기술들이 있고, 이는 상위 단계에서 더 풍족해진다. 이러한 구조가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다 하여 테크트리라 부른다. 그들이 현재 창업의, 혹은 인생의 테크를 잘 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펼치고 있는 행보가 몇 단계 위의 테크 임에는 분명해 뵌다. 불과 1년 전 수익모델을 몇 번 씩 매만지고, 업무공간을 찾아 방황하던 그때에 비하면 말이다.